마태복음 3장 17절 칼럼n - 사랑과 인정의 보편적 언어
“하늘로부터 소리가 있어 말씀하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
이 구절은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을 기록한 성경의 한 장면이다.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신의 사랑과 선택을 상징하는 감동적인 순간이지만, 비크리스천에게도 이 문장은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말 속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사랑, 인정, 그리고 소속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갈망한다. 부모로부터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딸)이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따뜻함을 떠올려 보자. 또는 친구, 연인, 혹은 스승이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라고 말해준 순간을 기억해보자. 이런 말 한마디는 우리의 존재를 확인해주고, 삶에 의미를 더한다. 마태복음의 이 구절도 본질적으로는 그런 메시지를 전한다. 비록 ‘하늘의 소리’라는 초자연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그 핵심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전하는 무조건적인 애정과 긍정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외부의 평가에 시달린다. 소셜 미디어는 ‘좋아요’와 ‘댓글’로 우리의 가치를 측정하려 하고, 직장에서는 성과로,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판단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너는 그대로 충분해”라는 메시지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이 구절은 신학적인 맥락을 떠나, 조건 없는 사랑과 인정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누군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뻐해준다는 느낌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문장은 가족, 공동체, 혹은 더 큰 무언가에 속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을 건드린다. “내 아들”, “내 기뻐하는 자”라는 표현은 소속감과 정체성을 준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고독과 단절을 느끼며 살아간다. 팬데믹 이후로 더욱 심화된 이 고립감 속에서, 우리는 연결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 구절은 비종교인에게도 ‘내가 어디에 속해 있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보편적 열망을 상기시킨다.
물론 이 문장을 읽으며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하늘의 소리’라는 설정을 비현실적으로 여길 수도 있고, 종교적 색채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의 뿌리에는 인간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의미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싶은 마음. 이는 특정 신앙이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결국 마태복음 3:17은 신앙의 틀을 넘어선 메시지를 전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불리는 순간의 기쁨, 그리고 그로 인해 삶이 충만해지는 경험에 관한 것이다. 비크리스천이라 해도 이 구절을 통해 자신의 삶 속에서 그런 순간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너는 내 사랑하는 존재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말이 들려올 때, 하늘이든 땅이든 어디서든, 우리는 조금 더 온전해질 수 있다.
p.s: 진주충만교회 김 목사Gr.
이미지 출처: 갓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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