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세기 32장 27절 칼럼 - 얍복강의 질문
"그가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야곱이니이다"
얍복강 나루터, 동이 트기 직전이다. 밤새도록 씨름을 벌인 한 사람이 있다. 상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팔을 아무리 비틀어도 풀리지 않는 존재였고, 다리를 다쳐도 결코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새벽이 밝아오는 그 긴박한 순간, 하나님이 그에게 던진 질문은 뜻밖에도 간단하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힘을 겨루던 자리에서 갑자기 이름을 묻는다. 밤새 싸운 승부의 결말이 힘이 아니라 이 한마디 질문에 달려 있다.
히브리어로 이 질문은 마 쉐메카, 곧 "네 이름이 무엇이냐"이다. 셈, 곧 이름은 히브리 사고에서 그 존재의 본질과 같은 무게를 지닌다. 이름을 묻는다는 것은 겉모습이나 지금까지의 성취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실체와 인생 전체를 묻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의 완력이 아니라 그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신다. 자기가 누구인지 스스로 입으로 시인하기를 기다리신다.
야곱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야아코브다. 발꿈치를 붙잡는 자, 혹은 남을 속이는 자라는 뜻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형의 발꿈치를 붙잡고 나왔고, 자라서는 아버지의 눈을 속여 형의 축복을 가로챘으며, 외삼촌 집에 얹혀살면서도 끊임없이 셈을 따지고 재물을 늘렸다. 이름 그대로 평생 속임수와 도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그가 하나님 앞에서 내놓은 대답은 놀랍다. "야곱이니이다." 변명도 없고 포장도 없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짧은 한마디다. 형을 피해, 외삼촌을 피해 평생 도망치던 사람이 마침내 더는 도망칠 곳이 없는 자리에서 자기 실체를 있는 그대로 고백한다. 밤새 씨름한 것은 결국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사람들 앞에서는 저마다 성공과 지위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지만, 하나님 앞에 홀로 섰을 때 우리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감추어 온 욕심, 반복되는 실패, 부끄러운 습관, 아무도 모르게 품어 온 그 이름이 바로 우리의 야곱이다. 그 이름을 부정하고 감추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직한 고백은 부끄러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야곱이 자기 이름을 있는 그대로 고백한 뒤에야 비로소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밤새 이어진 씨름의 승부는 결국 힘이 아니라 정직함으로 결정되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똑같이 묻는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 물음 앞에 있는 모습 그대로 서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참된 변화가 시작된다. 이름을 숨기려 하지 말고, 정직하게 대답하는 자리로 나아가 보자.
칼럼에 대한 질문:
1.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나의 이름과, 하나님 앞에서 솔직히 인정해야 할 나의 이름은 얼마나 다른가?
2. 내가 지금까지 감추거나 부정해 온 나의 연약함이나 실패는 무엇인가?
3. 정직한 고백이 새로운 이름, 새로운 삶으로 이어진다면 오늘 내가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p.s: 진주충만교회 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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